그냥 명품이 아니라, 하나의 철학
“에르메스”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오렌지 박스? 버킨백? 말 가죽 냄새가 날 것 같은 고급스러움? 사실 다 맞아요. 근데 에르메스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보다 더 깊은 얘기를 해야 해요.
이 브랜드는 단순히 ‘비싼 가방’이 아니라, 삶을 예술처럼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제안하는 존재거든요.
에르메스는 말 그대로 “명품 그 이상”이에요. 장인정신, 디테일, 시간에 대한 존중, 그리고 유머와 여유까지. 그 모든 게 뒤섞여서 ‘에르메스다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요.
이 글에서는 에르메스가 어떻게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지, 그 기술과 철학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해요. 그냥 제품 자랑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제안이라고 보면 더 가깝죠.
에르메스의 뿌리, 말(馬)에서 시작된 이야기
에르메스의 시작은 1837년, 파리의 한 마구점이었어요. 말이 귀족들의 일상이던 시대에, 고급 마구를 만들던 장인이 있었죠. 그의 이름은 티에리 에르메스. 그가 만든 마구는 튼튼하고 우아해서 입소문이 돌았고, 곧 왕실에서도 주문을 넣기 시작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에르메스는 처음부터 ‘럭셔리’를 목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좋은 물건을 만들겠다는 생각, 기술과 장인정신이 브랜드의 본질이었죠.
그 DNA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요. 말이 더 이상 교통수단이 아니지만, 에르메스는 여전히 승마와 그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요. 가방의 손잡이 곡선 하나에도, 승마의 균형감이 살아 있어요.
장인정신의 끝판왕: 하나에 48시간이 걸리는 이유
에르메스에서 버킨백 하나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 얼마일까요? 최소 48시간 이상이에요.
심지어 장인이 중간에 바뀌지도 않아요. 한 명의 장인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만들어요.
이 방식은 당연히 시간이 오래 걸려요. 더 많이, 더 빠르게 만드는 현대식 생산과는 정반대죠. 그런데 이게 바로 에르메스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에서 남다른 이유예요.
시간을 들이는 걸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시간이 깃든 물건을 더 가치 있게 본다는 철학이에요. 손으로 한 땀 한 땀, 정성과 내공이 쌓인 가죽의 주름 하나하나가 하나의 작품이 되는 거죠.
불완전함 속의 완벽: 장인의 서명
에르메스 제품은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아주 미세한 차이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바느질 간격이 기계처럼 100% 똑같진 않아요. 근데 그게 오히려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죠.
에르메스는 일부러 장인의 ‘손맛’이 드러나는 걸 허용해요. 그리고 재미있는 건, 각각의 제품에는 장인의 고유 코드나 이니셜이 숨어 있다는 거예요. 마치 작가가 그림에 싸인하듯이요.
이런 디테일이 모여서, 에르메스 제품은 그냥 ‘비싼 물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간과 정성과 인생이 담긴 예술품이 되는 거예요.
디자인은 단순하게, 의미는 깊게
에르메스의 디자인은 화려하지 않아요. 오히려 심플함의 미학을 추구하죠.
근데 그 단순함 안에 수십 년을 이어온 미적 철학이 담겨 있어요.
예를 들어 ‘케리백(Kelly Bag)’은 사실 출발이 실용적인 백이에요. 1930년대에 여행용으로 쓰기 위해 만들어졌고, 나중에 그레이스 켈리가 들면서 유명해졌죠.
그런데 이 가방을 보면 라인 하나, 버클 하나까지 다 이유가 있어요. 기능성과 우아함의 밸런스, 시대를 초월하는 디자인 감각.
에르메스는 매 시즌 유행을 따라가지 않아요. 오히려 유행이 에르메스를 따라오게 만들죠.
말보다 빠른 건 상상력: 스카프 하나로 세계를 품다
에르메스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아이콘, 바로 스카프예요.
작은 천 조각 하나에 담긴 이야기는 상상 이상이에요.
스카프 하나에 들어가는 디자인 스케치만 수개월, 프린트 기술도 전통적인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진행돼요.
한 장의 스카프에 들어간 컬러가 40가지가 넘는 경우도 있어요. 그걸 한 겹 한 겹, 손으로 찍어내야 하죠.
스카프는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에르메스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유머가 담긴 예술작품이에요.
동물, 식물, 신화, 우주… 그 어떤 주제도 담아내면서도 에르메스만의 품격을 잃지 않아요. 그게 바로 기술이죠.
유머와 자유: 명품 브랜드의 반전 매력
에르메스는 되게 진지하고 고고할 것 같잖아요? 근데 의외로 유머와 여유가 넘쳐요.
광고도 그렇고, 제품 이름도 그렇고, 전시도 그렇고.
가끔 보면 “이걸 명품 브랜드가 만든 거 맞아?” 싶을 정도로 장난기가 있죠.
예를 들어 스카프 중에 ‘브레인 스톰(Brainstorm)’ 같은 이름도 있어요.
전시는 제목이 ‘익숙한 풍경에 대한 낯선 시선’ 뭐 이런 식이고요.
에르메스는 늘 진지하면서도, 스스로를 너무 진지하게 여기지 않아요.
이 자유로움이 에르메스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줘요. 자유로운 예술가의 태도, 그 자체죠.
일상을 특별하게: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기술
에르메스는 ‘물건’이 아니라 ‘태도’를 파는 브랜드예요.
에르메스를 가진다는 건, 단순히 명품을 소유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을 조금 더 천천히, 정성스럽게,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일이에요.
물론 가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죠.
하지만 에르메스의 진짜 기술은, 그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요.
디자인, 장인정신, 유머, 자유, 그리고 시간에 대한 존중.
그 모든 걸 통해 삶을 예술처럼 만드는 법을 보여줘요.
마무리하며: “조금 느려도 괜찮아, 우아하게 가자”
에르메스는 우리에게 말해요.
“빨리 가는 게 다가 아니야. 때로는 천천히, 정성스럽게 살아도 돼.”
일상을 예술로 만드는 기술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손끝에서 시작된 정성, 균형 잡힌 디자인, 여유 있는 태도.
그 모든 게 모여서 ‘에르메스다운 삶’을 만들어줘요.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어요.
에르메스처럼 말이에요. 🌿
